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사학의 자율성과 국가적 예속 :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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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사학의 자율성과 국가적 예속 :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을 비판한다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2-27 09: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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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의 자율성과 국가적 예속 :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을 비판한다”




 

▲최창호 변호사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며, 그 중심에는 국·공립학교가 채우지 못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담당해 온 사립학교가 있다. 우리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역시 사립학교 설립자의 건학이념 구현과 운영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호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6412호)’은 공공성과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학의 존립 근거인 자율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사립학교를 공교육의 파트너가 아닌 '잠재적 범죄 집단'이나 '공적 통제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법리적·현실적 비판이 불가피하다.

우선 개방이사 비율의 상향이, ‘사립 없는 사립학교’를 만드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개방이사의 비율 상향은 ‘사적 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학교법인 이사 정수의 4분의 1인 개방이사 비율을 3분의 1로 상향하는 것이다. 개방이사제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사학의 자유와 공공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비율을 3분의 1까지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건학이념을 공유하지 않는 외부 인사가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과 인사권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개방이사가 사학 발전을 위한 동반자가 아니라, 특정 정파나 이익집단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이사회를 이념적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설립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교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면, 그것을 과연 '사립' 학교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는 사학을 사실상 준 국영화하려는 위험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초·중등학교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화는, 영리 기업의 잣대를 사학에 들이대는 오류라 할 수 있다. 모든 초·중등 사립학교 법인에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발상은 사학의 특수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은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을 위해 설계된 제도다. 이를 비영리 교육기관인 사단법인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반한다.
이미 사립학교는 교육청의 정기 감사와 내부 감사를 통해 엄격한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 여기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외부감사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시키는 것은 영세한 사학의 재정을 잠식하고,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 예산을 행정 비용으로 낭비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의 회계 부정을 빌미로 전체 사학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간주하고 '옥상옥(屋上屋)'식 규제를 덧씌우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이자 입법 폭력에 가깝다.

오히려 본질적 대책은 규제가 아닌 '내실 있는 감독'에 있다고 할 것이다. 사학 비리의 근본 원인은 개방이사 비율이 낮거나 외부감사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존 제도의 부실한 운영과 감독 기관의 선택적 집행이 문제다. 진정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싶다면, 학교 규모와 재정 여건에 따른 단계적 도입이나 감사 비용 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

사립학교는 국가 교육의 파트너이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설립자의 육영 의지를 꺾고 자율성을 질식시키는 규제 일변도의 입법은 교육 생태계의 획일화를 초래할 뿐이다. 국회는 사학의 본질적 자유를 침해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사학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규제하려 하기보다, 그들의 창의성과 독자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 혁신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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