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변호인 리포트] 금전만능 - 천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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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리포트] 금전만능 - 천주현 변호사

/ 기사승인 : 2018-05-10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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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에서 발생한 모녀 사망 사건은 그 자체 사정도 딱하거니와 여동생이 자신의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장례절차를 밟지 않고 언니 물건을 훔치고 차량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금전이 만능이고, 도리는 내팽개친 뜻밖의 사건이다. 이 사건의 논점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첫째, 여동생 정모씨의 진술대로라면 언니 전화를 받고 가보니 조카는 숨져 있고 언니는 넋이 나간 상태였는데 2시간 후 자수하겠다는 언니를 두고 나왔다는 점. 둘째, 언니의 사망사실을 확인하고도 관서에 신고하거나 장례절차를 밟지 않은 점. 셋째, 언니의 신용카드·휴대전화·도장을 훔친 점. 넷째, 귀국 후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아 언니 차량을 매각한 점. 다섯째, 저당이 설정된 차를 팔고도 저당권 해지 요구에 불응하고 도망한 점 등이다.

 

여동생은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언니를 유기한 것인가.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형법 제271조 제1항은 요부조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경우만을 처벌한다. 친족 간의 부양의무는 민법 제974조에 따라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 생계를 같이하는 기타 친족 간에만 발생하는데, 이 사건 여동생은 언니와 직계혈족이 아니고 함께 생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유기죄의 주체가 되지 않고 제275조의 유기치사죄의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이래서 유기죄 주체를 넓히자는 주장이 많다.

 

며칠 후 다시 들러 언니의 시신을 발견한 여동생은 사체를 유기한 것인가(제161조). 사체유기죄는 법률·계약 또는 조리상 사체에 대한 장제 또는 감호할 의무있는 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그 의무 없는 자가 그 장소적 이전을 하면서 종교적·사회적 풍습에 따른 의례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를 방치한 경우에 성립하는데(대법원 98도51 판결), 여동생은 법률·계약상 장제의무가 없다. 또 자기의 지배할 수 있는 지역 내(피고인의 관리구역 내)에서 자살사태가 발생했다면 관서에 신고해야 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지만(대법원 1961. 1. 18, 4293형상859 판결), 본 건에서 평소 언니와 조카가 피의자의 지배지역 내에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따라서 여동생은 본죄의 주체가 되지 않고, 또 의무 없는 피의자가 사체를 장소적 이전 없이 단순히 방치한 것은 유기행위도 아니다. 결국 사체유기죄 성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언니의 신용카드, 휴대폰, 도장을 훔쳐 나온 것은 절도죄가 맞다. 그리고 매각할 목적으로 언니 차량을 운전해 끌고 왔다면 차량 절도죄도 성립한다. 부동산은 절도죄 객체가 될 수 없지만, 동산은 가능하다. 그리고 망자의 생전 점유는 사망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므로 언니의 점유를 침탈한 것은 절도죄가 맞다(대법원 93도2143 판결). 언니의 위임 없이 언니 도장을 이용해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제출한 것은 사문서 위조, 동행사죄가 성립한다. 망자 명의 문서도 같다(대법원 2002도18 판결, 2011도6223 판결). 저당해지 의사가 없으면서 차량가격을 다 받은 것은 사기죄이고, 무권한자의 처분임을 알았더라면 구매했을 리도 없어서 역시 사기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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