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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자살 공화국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1-04-01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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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멸사봉공을 내세운 지자체장이 성 추문으로 자살하고, 또 사임한 자리를 메우는 등의 재·보궐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이니 정국 안정이니 하는 구호는 합당하지 않지만, 그런 턱도 없는 구호가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

 

여당은 국무총리였다가 차기 대권을 노리며 여당 대표로 변신한 인물이 당 후보의 책임 있는 사유로 재·보궐선거 시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고치고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세웠다. 또, 무주택자에 대한 내 집 마련을 위한다며, 지난 4년 동안 수요중심의 가격 규제로 집값이 폭등하여 같은 기간 동안 전국 평균 58.6%나 오르자 뒤늦게 32만 호의 주택 건설로 방향 전환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에 대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지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정부와 여당이 크게 당황한 것 같다. LH 직원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투기 수사대상자도 아니라고 하지만, 유서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투기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 같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어서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레임덕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오래전부터 큰 논란이 되어 왔다. 이슬람교·유대교·그리스도교에서 자살은 죄악으로 간주되었지만, 인도에서는 승려들의 자살에 대해 관대했다. 또, 과부들의 자살은 높이 칭송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충효 사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의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하여 구한말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목을 자르더라도 머리칼은 자를 수 없다며 거세게 저항하기도 했지만, 미망인의 수절과 정절을 지키는 방법으로써 자살은 미화되기도 했다. 일본도 중세부터 귀족과 무사들이 충성심을 보이거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할복자살이 하나의 의식처럼 행해졌다.

 

그런데, 해방 이후 급속하게 밀려온 서구 풍조로 유교 사상이 희석되면서 자살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만 되돌아봐도 대북 불법 송금 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모 재벌 회장이 투신하더니, 2008년 한 유명 여자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는 두 달 사이에 무려 1,008명이 자살을 하는 등 이른바 베르베르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검찰의 수사를 받던 모 장군과 모 야당 국회의원, 또, 성 추문에 몰린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의 기부금 유용 의혹에도 소장이 자살했다. 이달 초에도 성전환수술을 받은 병사가 강제 전역 조치를 받은 후 자살했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의 할복자살과 같은 충성심인지, 세태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3월 15일 시민단체 생명존중시민회의가 발표한 ’2021년 자살대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6년 기준 26.9명으로 183개국 중 4위라고 했다. 자살률은 2000년 41위(14.8명), 2005년 7위(26.8명)에서 2015년 4위(28.3명)였는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자살자 수는 감소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하여 2019년에는 1만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자살 사망자 수는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11.3)을 크게 웃도는데, 중앙자살예방센터는 “통계청의 사망원인 중 ‘고의적 자해(자살)’는 지난 30년간 사라진 적이 없으며,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째 사망원인 5위 안에 있다”고 했다.

 

특히 미성년자의 자살과 경제·생활 문제에 따른 자살이 크게 늘어났다. 교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초중고 학생 중 자살 위험군은 2016년 8,691명, 2017년 1만6,940명, 2018년 2만1,438명, 2019년 2만2,128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신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들이 늘어났으며, 우리 상황도 이와 유사하지만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지나치게 무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생활문제로 자살자 수는 2019년 3,564명으로, 2018년(3,390명), 2017년(3,111명)에 비해 늘었다. 이것은 가족 중심의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주의적이고 방임주의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고 겪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자나 자식이 죽고, 이웃집과의 생활 수준의 격차, 실연 혹은 자신의 용모에 대한 혐오와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앓다가 자살하는 숫자가 크게 늘는 현상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는 자살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대하여 정부가 더 책임감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너와 나’의 편가리기가 아닌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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