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미국 로스쿨 출신 김형남 교수의 법블레스유] 김교수의 공무원 필기시험 선정위원 후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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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 출신 김형남 교수의 법블레스유] 김교수의 공무원 필기시험 선정위원 후기 ①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3-14 0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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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7급 필기시험 문제 선정과정”

▲ 김형남 교수
아주 오래전 행정안전부 고시출제과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국가직 7급 공무원 필기시험 행정법 과목의 선정위원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각자의 교수연구실에서 컴퓨터로 문제를 임의로 작성하여 행정안전부 고시출제과로 발송하는 출제위원의 직무만 맡았었는데, 이제 교수 경력이 조금 쌓이다보니 처음으로 선정위원 촉탁 전화를 받게 된 것이었다.


선정위원은 실제 시험 2주 전에 국가고시센터에 입소하여, 이미 출제의뢰를 받은 전국 각 대학의 행정법 전공 교수님이 발송한 문제들을 저장한 문제은행에서 일단 알맞은 문제들을 추출하여, 다른 2명의 선정위원들과 함께 충분한 검토 및 토의를 거쳐 완성된 실제 시험문제를 만들어 내는 위원을 말한다.

국가고시센터에 입소하게되면, 각 선정위원은 문제은행에서 각자 20문항을 추출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엄청나게 많은 행정법 문제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제 20문항을 발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약 2~3일 동안 20문항을 골라내는 작업에만 몰두하였다. 우리 선정위원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국가고시센터 내 보안요원들은 쉴새 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며 철통같은 보안을 위해 고생하고 있었다.

20문항을 아주 신중하게 골라내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눈이 쉽게 피로해졌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가 우리 선정위원들의 일과시간이었다. 휴식시간은 딱히 정해지지 않고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휴게실에는 커피를 비롯한 각종 국산차들과 함께 많은 종류의 간식거리들도 비치되어 있었다.

일과시간 내에는 선정위원들끼리 휴게실에서 만나도 일체의 사적인 잡담은 금지되고 있었다. 보다 더 철저한 보안을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선정위원 3명 각자가 선정한 20문항씩 총 60문항을 놓고 1문항씩 토의 및 검토를 할 때에는 열띤 토론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선정한 행정법 문제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았다.

다음 중 통치행위에 대한 설명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① 일단 우리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 인정여부에 대한 학설들 중에서 사법자제설에 근거하여 통치행위 개념을 긍정하고 있다.
② 학자들 중 일부가 통치행위는 행정부의 자유재량행위에 속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자유재량행위설이라고 할 수 있다.
③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
④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 적절하지 못하다고 볼 수도 있다.
⑤ 통치행위는 국가기관이 행하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만약 그것이 어느 정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는 없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 세 사람의 선정위원들 모두 다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다.
첫째, 이 문제는 직전 3년간 단 한번이라도 출제되었던 기출문제인지를 검토한다.
둘째, 이 문제가 행정법총론, 행정법각론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또 행정법총론이라면 어느 편장에 속하는지를 검토한다.
셋째, 이 문제의 난이도가 상, 중, 하 중에서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의 문구 중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러한 토의를 거쳐서, 시험당일 출제할 문제로 선정이 되면, 비교적 젊은 출제관리실 공무원 2~3명 등과 함께 윤독회를 두 차례 정도 실시하면서 국문법상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한다.
출제할 문제로 선정되고 난 뒤에도 선정위원들은 그 문제의 각 지문 5개 마다의 구체적인 출제근거를 작성해야만 한다.
이렇게해서 겨우 1문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선정위원들에게 아주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 계속된다.

다음 편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시험문제가 선정되고 완성되는 과정과 출제근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수험생들의 수험준비 요령 등이 소개될 것이다. 이 시간에도 기본서와 문제집, 판례교재들과 씨름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형남 교수
캘리포니아 센트럴 대학교, 단국대, 경성대 법대 교수 | 법학박사 | 미국 워싱턴 주 변호사 | 세계헌법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위원 | 15년간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사법시험 제1차시험 출제위원, 제2차시험 출제위원, 제3차 면접위원 | 15년간 행정안전부 국가고시센터 출제위원, 선정위원 및 면접위원 (행정고시, 5급 승진시험, 국가직 7급·9급, 지방직 7급·9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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