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특수학급 설치 강제와 형벌, ‘선한 목적’이 ‘위헌적 수단’을 정당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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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특수학급 설치 강제와 형벌, ‘선한 목적’이 ‘위헌적 수단’을 정당화하나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2-25 10: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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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 설치 강제와 형벌, ‘선한 목적’이 ‘위헌적 수단’을 정당화하나”




 

▲최창호 변호사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교육계와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교육감이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 없이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하는 학교장에게 벌금형 등 형사처벌의 멍에를 씌우겠다는 것이다.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 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겠다는 그 취지는 헌법 제31조와 제34조의 정신을 따르는 것으로써 이론의 여지가 없고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개정안은 국가의 의무를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전가하는 위험한 발상을 담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입법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수단까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이 마주한 가장 큰 벽은 바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이다. 성경을 읽기 위하여 초를 훔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국가의 구조적 방조를 학교장 개인의 범죄로 둔갑시키고 있다. 현재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장의 악의적 거부가 아니다. 도심 과밀학교의 물리적 공간 부족, 교육청의 특수교사 정원 미배정, 경직된 예산 구조 등 학교 현장이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핵심이다. 예산권과 인사권이 없는 학교장에게 설치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실질적 결정권이 없는 자에게 책임을 묻는 격으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는 국가가 다해야 할 시설 확충과 예산 지원의 의무를 태만히 한 채, 그 결과를 하급 행정기관장에게 전가하는 행정 편의적 처벌에 불과하다. 특히 다른 적극적 차별행위와 달리 정책적 미이행을 차별의 범주에 포섭시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또한 ‘명확성의 원칙’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개정안은 “교육감이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엇이 특별한 사유인지, 어느 정도의 공간 부족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 없이 행정권자인 교육감의 주관적 판단에 형사처벌 여부를 맡기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통상 정당한 사유 없이 등으로 입법이 되는데, 개정안은 “교육감이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법 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법은 이미 법적 안정성을 상실한 것이다. 통상의 입법례처럼 ‘정당한 사유’라는 표현 대신 ‘교육감이 인정하는’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법문에 기재한 것은 자의적 권력 남용의 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한다. 국가의 재정 지원 책무는 명시하지 않은 채 시설 확충만을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형벌을 가하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과 비례원칙에 어긋난다. 특히 건학 이념에 따라 운영되는 사학의 시설 운영과 공간 배치는 학교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률적인 잣대로 형벌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을 본질적으로 제약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크다.

진정으로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싶다면, 국회는 제재가 아닌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형벌은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이어야 한다. 특수학급 설치 예산의 자동 배정 제도를 도입하고, 특수교사 배정을 의무화하며, 공간 확보를 위한 시설비를 국고에서 우선 지원하는 것이 순서다. 만약 행정적 이행이 필요하다면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같은 행정 절차를 먼저 밟아야지, 곧바로 벌금형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한 과잉 입법이다. 특히 학교의 장에게만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는 통합교육의 현장은 처벌의 공포 위에서 세워질 수 없다. 국가는 형벌이라는 손쉬운 채찍을 내려놓고, 학교 현장이 기꺼이 특수학급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 선한 목적이 위헌적인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적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제재 중심의 입법 대신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지원 중심의 입법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특수교육의 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은 헌법상 비례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인바, 본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며, 지원 중심·단계적 제재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헌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이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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