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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수사와 피의자신문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4-11 11: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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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피의자신문

▲ 최창호 변호사
수사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확하게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의미한다. 한편 피의자신문이란 수사기관, 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여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를 말한다. 현재의 수사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행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의자조사와 피의자신문을 구별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구별의 실익이 크게 없다는 반대론도 있다.


2020. 2. 4. 형사소송의 개정으로 피고인이 공판단계에서 진술을 번복하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자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개정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관행을 크게 변경하는 조치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논의없이 진행되었으므로 재판의 지연 등을 비롯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피의자신문의 역사는 자백의 역사인 동시에 고문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피의자신문제도는 고문의 억제라는 관점에서 발전하여 왔다. 아무리 과학수사방법이 발전되었다고 하더라도 고의, 공모 등 주관적 구성요건에 대하여는 피의자의 진술이 결정적이다. 수많은 증거의 편린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진술증거로 엮어주지 않으면 실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있다. 따라서 그 동안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통하여 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전제군주국가의 시대의 규문주의 형사절차에서는 오로지 자백은 ‘증거의 왕’으로 인정되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하여 고문이 허용되기도 하였다.

독일의 1950년 형사소송법은 ‘금지된 신문방법’이라는 제목 하에 피의자신문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의사결정 또는 의사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이러한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획득한 자백은 유죄의 중거로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하였다(제136조의 a).

조선왕조의 경우 고신(拷訊)이 허용되었고 고문에 의한 자백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의 고문은 합법적인 고문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고문도 자행되었는데, 이러한 고문은 19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피의자에 대한 고문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나 고문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적 규정은 없었다. 따라서 수사현실에서는 피의자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고문이 널리 행하여졌고 형사재판에서는 고문에 의한 자백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경험삼아 우리 헌법은 기본권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형사절차에 관한 규정은 형사절차의 중추적인 내용을 거의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 헌법은 고문의 절대적 금지와 강요의 금지를 선언하고(제12조 제2항), 형법에서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125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의2). 또한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피의자신문 시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법 제200조 제2항), 고문 등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제309조).

수사단계에서의 피의자의 자백을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실체적진실발견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객관성과 중립성이 부족한 수사기관에서의 조서에 더 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로 하는 입법적 결단을 통하여 실체진실을 희생시키더라도 수사단계에서의 자백에는 의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입법자의 태도에 대하여는 조서 작성 과정에서 진술 변질의 위험성을 극소화할 수 있는 절차적 보장, 조서 작성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강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증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공범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이르기까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적용을 확대하는 법원의 입장으로 인하여 검찰의 공소유지 활동은 상당한 애로를 겪게 되었다. 입법자의 세마디만 바뀌면 도서관의 모든 법학 서적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증거법 한 조항의 개정으로 우리나라 형사사법은 엄청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더구나 재판의 지연으로 인하여 신속한 재판의 원칙이 사실상 사문화되어 버린 형사재판의 현실을 목도할 때,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혜안을 통하여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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