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칼럼] 맹신과 현실 극복의 경계 - 윤공(문화비평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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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맹신과 현실 극복의 경계 - 윤공(문화비평가, 시인)

/ 기사승인 : 2015-06-09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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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과 현실 극복의 경계

 

윤공(문화비평가, 시인)

   

그녀가 남자의 집을 찾았을 때 우편함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석 달이나 밀려 있는 전기세와 수도세였다. 백면서생의 남자를 만나 처음으로 맞이한 위기였다. 고개를 숙인 남자를 앞에 앉히고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공부를 한다고 매달리는 이 남자와 함께 살 생각을 하니 얼마 전 친구를 따라 찾았던 점쟁이의 말이 떠올랐다.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구분이 안 가네. 남편 때문에 고생 좀 하게 생겼어.” 부모님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저 착하기만 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사는 남자와 결혼한 것이 몹시 후회스러웠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것을 실감하지도 못하는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 점쟁이가 말하는데 평생 당신을 먹여 살려야 할 팔자라고 하더라.” 그것은 점쟁이의 말을 약간 비튼 표현이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그녀는 맺힌 눈물을 볼따구니로 떨구었다. 그 말과 눈물은 남자의 자존심을 긁었다. “걱정하지 마쇼. 내가 당장 돈을 벌어올 테니.” 그 후 남자는 공부를 하는 와중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열심히 일을 했다. 점쟁이의 말이 진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 결과 집도 구하고 큰 걱정 없이 잘 살게 되었다.

도대체 점쟁이의 그 말이 어떻게 백면서생의 그 남자를 변화시킨 것일까? 그 남자에게 물어보면 지금 자신의 삶이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강의가 20년간 계속되었고, 한시도 쉴 틈 없이 정신없이 살다 보니 청춘이 다 가버린 것 같아 허무하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그 점쟁이의 말이 자신과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니 고맙다고도 했다. 한 번뿐인 삶이니 이 생각 저 생각 들 수밖에 없겠지만, 생계를 도모하고 가족들이 살아갈 길을 열어주는 데 점쟁이의 그 말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대해 그는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점쟁이의 말은 정말 단순했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인지 모르겠다고. 그 부부에게 어른은 남자여야 하고, 애는 여자여야 했다. 그것이 정상적인 부부라고 보았던 것이다. 남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순간 가난했던 두 부부의 살 길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이 숨겨져 있다. 만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이 힘겨운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갖 요소들 속에 점쟁이의 말 한 마디가 묘하게 끼어들면서 부부의 활로가 펼쳐졌던 것이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오직 사랑, 그것에 의해서만
    인생을 버텨 나가며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 투르게네프, <참새> 중에서

 

점쟁이의 말이 있기 전에 이미 남자는 삶의 길을 닦고 있는 상태였다. 전기세 수도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그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다. 명리학(命理學)에서 공부는 자기애를 낳고, 자기애는 말을 낳고, 말은 돈을 낳고, 돈은 명예를 낳는다고 한다.

남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고, 그것은 자기애, 돈, 명예를 낳을 수 있는 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공부를 하면서 자기애를 강하게 갖고 있는 남자에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전하는 점쟁이의 말은 자기애를 부정하는 것이었으므로 매우 강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느슨해져 있는 남자를 긴장(tention) 상태로 끌고 갔던 것이고, 자기 방어를 위해 배고픔도 참아내면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만들었다 하겠다.

공부를 하던 사람이니 그 공부를 팔아먹는 강의는 자연스럽게 돈과 명예를 불러올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여자가 전한 점쟁이의 말은 그런 과정을 낳는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무속(巫俗)이나 사주팔자 등을 다루는 명리학(命理學)은 맹신과 현실 극복의 경계선에 서 있다. 어떤 이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점쟁이를 찾고, 무당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사람이 그들을 찾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들에게 무속이나 명리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으르게 마냥 똑같은 모습으로 꿈만 꾸는 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사는 것이 합당할지 스스로 길을 찾도록 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사랑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탐구와 사랑, 그리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염원하는 참된 마음과 가치가 있는 자에게 점쟁이의 말 한마디는 강력한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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