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세상의 창] 동족상잔과 경계인 - 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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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동족상잔과 경계인 - 정승열 법무사

고시위크 / 기사승인 : 2019-06-20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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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6.25 전쟁은 3년 이상 계속되었다. 6.25 전쟁으로 우리는 민간인 사망자 244663, 피학살자 128936, 납치 84532, 부상자 229625, 행방불명자 303212명 등 희생자가 100만 명이 넘고, 국군도 전사자 149005, 부상자 717083, 실종자 132256, 포로 9,634명 등이 희생되었다.

 

유엔군도 전사자 57615, 부상자 115312, 실종자 2232, 포로 6267명 등 수많은 인명과 피해액을 헤아릴 수 없는 재산피해를 안겨주었다. 반만년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수많은 전쟁과 참화를 겪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겪은 전쟁의 상처가 그 어떤 전쟁보다 더 크게 가슴 속에 각인되고 있는 것은 너와 나의 희생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 내 부모 형제의 희생이고, 그 상처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못하거나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잘못과 실수는 용서해줄 수도 있다. 그 전제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동족상잔의 전쟁에 대하여 사과나 반성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끊임없이 국지전을 벌이고 가공할만한 전쟁 무기를 개발하여 적화통일을 노리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위협하고 있는데도, 더더욱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도 없는데도 덥석 손을 잡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런 어리석은 선택은 결국 그들에게 종속되는 더 큰 위험을 안게 되어서 성인군자이거나 바보천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빈국인 북한이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전쟁을 체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점점 늘어나면서 공산주의의 실체와 이념을 깨닫지 못한 채 동족애를 강조하는 선전에 현혹되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념의 혼동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피를 나눈 동족이고 동일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민족 재통일을 위한 가장 큰 장점이지만, 분단 60여 년 동안 남북은 크게 변질되어서 동포애가 많이 희석된 상태이다. 6·25를 겪은 세대와 이산가족은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된다고 말하지만, 내일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생각은 크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의 통일의식 및 북한에 대한 이미지 조사결과, 남북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청소년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통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19.8%이고, ‘통일이 되면 좋겠다’(50.4%),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나와 상관없다’(17.9%), ‘지금 이대로가 좋다’(11.9%)가 뒤를 이었다. 한 조사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동족이라는 관념으로 성급한 통일 주장보다는 상호 공존체제 아래 언어의 이질화, 분단 이후 이질화된 문화 현상의 갭을 메우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세계에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동족이면서도 각각 다른 국가를 만들어서 살고 있는 민족이 허다하다.

 

1953년 휴전협정 후 UN군은 포로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 83,000여 명을 모두 송환했지만, 북한은 유엔군 5,000여 명과 한국군 8,343명만 돌려보냈다. 나머지는 스스로 북한 잔류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최근까지 북한을 탈출하여 제3국을 거쳐 귀환한 장병들이 북한의 허구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휴전협정 후 남과 북이 모두 싫다고 낯설고 물선 미지의 나라를 선택한 포로들도 있다. 당시 북한군 포로 중 제3국을 택한 76명과 중국군 포로 중에서 중립국을 택한 10명은 19542월 당시 중립국 송환위원회 의장국이었던 인도로 떠났다.

 

그 중 12명은 인도에 잔류하고 나머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로 떠났다고 하는데,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죽고 생존자는 1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의 삶에 대해서는 일찍이 1960년 최인훈이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북한군 장교는 남과 북이 아닌 중립국을 희망하였으나, 인도로 가는 배 안에서 좌절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는 전쟁의 비참함을 발표한 바도 있다. , 몇 년 전 6.25.를 맞아서 KBS-TV에서 제3국을 선택한 이들의 삶을 특집으로 방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남북한의 이념 갈등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쟁 발발 후 스스로 귀순하였기 때문에 송환된다면 처형될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남한에는 의지할 가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지금 낯설고 물 선 이역에서 살아가는 그들과 그들의 후예들은 한반도를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사전적 의미로 경계인(a marginal man)이란 바탕이 서로 다른 문화나 사회, 집단의 경계 선상에 있고,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경계인은 주변인 혹은 한계인(限界人)이라고도 하는데, 조국을 버리고 제3국을 선택한 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의 경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상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1970년대 재독 음악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 등도 대표적인 경계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여러 집단에 대해 귀속감을 가지고 있어서 동화가 쉽다는 점도 있지만 반대로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않고 소외감과 고독감을 갖기 쉬운 성향도 있다고 한다. 이젠 나라를 이끄는 이들까지 가치관의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내 자신도 경계인의 하나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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