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칼럼] 눈치 보는 세상, 눈치 없는 세상 - 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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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치 보는 세상, 눈치 없는 세상 - 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고시위크 / 기사승인 : 2019-07-18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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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눈치’는 생존조건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눈치 없이 여유 부리다간 취직도 결혼도 노후도 없다. 가난은 죄가 됨을 빨리 눈치 채고, 생존을 담보로 삶의 현장을 뛰어야만 한다.

 

타인의 모멸감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고, 잘못하다간 나도 저들처럼 몰락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가지며 굴욕적인 삶을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들에 대해 불편한 기업가나 정치인들도 눈치는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극도로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누구도 쉽게 바꾸기 어려우므로.

컵라면 세 개를 유품으로 남기고 간 김용균 씨를 보라. 그의 참혹한 죽음을 옆에 두고 멈춰 선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해야 했던 정비원은 말했다. “돈 벌라고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 근로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집에서 기르는 개만큼도 못하게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돈이 없어 동료의 시신을 두고 일을 해야 하는 데서 그는 자신이 노예라며 자괴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끼이고 베이고, 찔리고 감전되며 스러져가는 산재 사고 사망자가 연 1000명이란다. 아무리 대통령이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소리치면 뭐하겠는가. 목숨을 담보로 연명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일이란 그런 것뿐인걸. 위험·안전 분야의 외주화는 수많은 김용균을 만드는걸.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도급 인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에 대해 부자들이나 정치인들도 눈치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평등은 지속된다. 루소는 “부유한 자의 횡령과 가난한 자의 약탈과 모든 이들의 방종한 정념이 자연적인 연민이나 아직은 약한 정의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인간들을 인색하고 야비하고 악독하게 만들었다.”(『인간 불평등 기원론』)라고 불평등의 기원을 말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중 하위 50%가 차지하는 부의 양은 전체의 1.7%이고, 소득 상위 10%가 가진 부는 66%라고 한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은 상위 10%에게 75%의 부가 편중되었다니 우리보다 더 불평등한 나라다.

부자가 부자, 가난이 가난을 낳는 것은 상속 때문이란다. 백승종은 “경제가 큰 폭으로 격동하는 시기에도 개인이 부자가 되는 데 상속만큼 결정적인 요소는 없다.”(『상속의 역사』, 사우, 2018.)라고 했다. 그리고 김만권은 “적절한 소득과 부의 소유가 실질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고 불의를 향해 ‘아니요’라고 말할 힘을 준다.”라는 전제 아래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을 부르짖는다. 법적, 제도적으로 그런 소득이나 자본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문책, 2018.)

“평등한 배려는 정치공동체의 최고 덕목이며 그것이 없는 정부는 오직 독재일 뿐이다.”라고 애커만은 말했다. 요즘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갈등은 이 평등한 배려를 향한 ‘인정 투쟁’의 과정이다. 부자와 빈자가 각자의 특수성을 지양하고, 타인 속에서 자신을 직관하여 ‘보편적인 평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정 투쟁이다. 눈치 보는 사람들 세상을 떨쳐내고 눈치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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