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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칠월칠석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2-08-08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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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8월 4일은 음력 칠월 초이레고, 일요일인 7일은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 광복절인 15일은 말복, 23일이 더위도 물러간다는 처서이니, 지금 삼복의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칠석날은 오래전부터 하늘에 사는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하늘에 사는 목동 견우(牽牛)는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織女)와 사랑에 빠져 마침내 혼인하게 되었지만, 밤낮 함께 붙어 지내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난 옥황상제는 그들을 은하수 동·서쪽 끝에 멀리 떨어져 살게 했다.

 

생이별을 한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지내다가 직녀가 바가지로 은하수를 퍼내기 시작했으나 어림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 홍수가 되어 범람했다. 이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까치와 까마귀가 옥황상제 몰래 하늘로 날아가서 은하수 위로 날개를 펴서 다리를 만들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견우직녀의 오작교(烏鵲橋) 전설이다. 칠석날 밤이면 견우와 직녀가 기뻐서 흘린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칠석우(七夕雨)를 두 남녀가 타고 갈 마차를 씻는 세차우(洗車雨)라 하고, 다음 날 내리는 비는 이별의 눈물 쇄루우(灑漏雨)라고도 한다.

 

중국 한나라 때 괴담서인 재해기(齋諧記)에 실려 있는 견우직녀 설화가 고려 시대에 전해진 이후 민간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춘향이와 이 도령의 사랑으로 잘 알려진 남원 광한루의 오작교도 그런 전설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그 밖에도 전국에는 오작교란 이름의 다리가 많다. 이것은 그만큼 견우직녀의 사랑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또 다리 이름을 그렇게 지어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일 만큼 관념이 형성되었다. 조선 시대에 칠석날이면 민간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잔치를 벌이고, 성균관 유생들에게는 특별 과거를 실시했다. 백성들은 계절 음식으로 밀국수와 호박 부침 등을 먹었으며, 부녀자들은 별을 보며 바느질을 잘하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서낭당에 가서 자녀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선비들은 의복과 책을 볕에 쬐어 말리고 하루를 즐겼는데, 이것을 거풍(擧風)이라고 했다.

 

사실 견우와 직녀는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견우는 농사를, 직녀는 길쌈을 상징하는 농경사회에서 별자리와 결부시킨 설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옛날에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그런 설화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고, 또 천문학이 발달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특히 독수리좌의 알타이어(Altair) 별인 견우별과 거문고좌의 베가(Vega) 별인 직녀성이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 끝에 있다가 태양 황도(黃道)의 움직임에 따라서 봄에는 동쪽 하늘에서 보이다가 초가을에는 서쪽 하늘에서 보이고, 겨울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떠 있는데, 칠석날이면 가까이서 마주 보이는 것을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설화로 만든 것도 탁월하다. 그런데, 견우별은 지구로부터의 17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고, 태양보다 1.8배나 큰 별이다.

 

태양 빛이 1초에 1억 5천만㎞ 속도로 퍼지는데도 태양에서 지구까지 오는 데만 8분이 걸린다. 그 빛이 1년 동안 퍼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하는데, 17억 광년이면 얼마나 먼 거리인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직녀성은 그보다 더 먼 26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며, 태양보다 3배나 큰 별이지만, 우리 눈에는 평면적으로 비쳐서 칠석날에는 서로 마주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한편,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만들어준 오작교 아래의 강물처럼 보이는 은하수(銀河水)를 영어로 “Milky Way”라 한다. 은하수의 어원은 라틴어 비아 락테아 (Via Lactea: 젖의 길)로서 그리스신화는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의 카시오페이아 좌에서 오리온 좌의 북쪽을 지나 남십자좌에 흐르는 비아 락테아를 하늘의 신 제우스가 사는 궁전으로 가는 길이라 하고, 그 길 양쪽에는 여러 신들이 사는 크고 작은 궁전들이 즐비하다고 했다.

 

모든 신의 우두머리인 제우스가 아내 헤라(Hera) 몰래 유부녀인 알크메네를 범해서 헤라클레스(Heracles)를 낳았는데, 제우스의 바람기에 질린 헤라는 아기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요람에 독사 두 마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낳은 지 불과 아흐레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양손에 독사 한 마리씩을 잡아서 목을 비틀어 죽였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아기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물리자, 어찌나 세게 젖을 빨았던지 헤라의 왼쪽 젖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젖이 멈추지 않고 강을 이뤄서 지금의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여름밤이면, 하늘을 가득 채운 반짝이는 별들이 보석처럼 화려했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황홀함을 느끼곤 했지만, 지금은 대기 오염과 아파트의 불빛이며 가로등 불빛에 가려져서 견우와 직녀는거녕 은하수조차 볼 수 없다. 모처럼 이번 주말에는 선비들처럼 쌓아둔 책을 펼쳐서 햇볕에 말리고 바람도 치는 거풍처럼 서가에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잠시나마 바람을 쐬도록 해야 할까 보다. 좀이 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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