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낙준 변호사의 사건 기록] 민사재판 절차에서 사본의 형식으로 서증이 제출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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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준 변호사의 사건 기록] 민사재판 절차에서 사본의 형식으로 서증이 제출된 경우

이선용 / 기사승인 : 2019-07-24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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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준 변호사.jpg
 
최낙준 변호사 이미지.jpg
최낙준 변호사(백준법률사무소)최낙준 변호사.jpg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최낙준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사본인 서증의 효력이 쟁점이 된 대여금청구사건에서 피고를 대리한 바 있는데, 서증 특히 사본인 서증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되어, 사실관계, 소송경과 및 관련 판례 등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실제 소송과정에서는 여러 주장과 반박이 있었지만, 사본인 서증의 효력을 중심으로 살펴보기 위해 사실관계를 수정하여 단순화시켰음을 알려드립니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40년 이상 기업을 정직하게 운영하며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김00회장이 노환으로 사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00회장의 유가족은 박00으로부터 장문의 내용증명우편을 받았습니다. 박00씨가 약 30년 전 김00회장에게 금 3억원을 대여했으니 위 대여금을 반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박00씨(이하 ‘원고’라고만 함)는 유가족(이하 ‘피고’라고만 함)을 상대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습니다.
원고는 소장에서 본인과 김00회장과의 관계, 30여년 전 금 3억원을 빌려준 경위와 이후 사정, 피고가 김00회장의 상속인이라는 사실 등을 주장하면서, 입증방법으로 김00회장 명의의 도장이 날인된 차용증과 기타 사문서, 김00회장의 서명이 있는 여러 통의 확인증(원고에게 위 대여금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서신) 등을 제출하였습니다. 다만,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차용증 등 서증들은 모두 내용이나 형식이 일반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본의 존재가 분명치 아니한 사본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증거가치가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3. 이 사건 소송경과
피고는 ‘서증들이 모두 사본’이라는 점을 주된 쟁점으로 삼아 다투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소비대차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행의 소에 있어서 상대방인 피고가 다투는 형태는 ‘단순부인’, ‘적극적부인’, ‘항변’ 등 3종으로 구분할 수 있고, 증명책임의 입장에서 위 3종의 다투는 형태 중 ‘단순부인’과 ‘적극적부인’의 경우에는 그 주장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는 “원고의 주장을 부인하고(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고), 원고가 입증방법으로 제출한 서증들은 모두 사본의 형식으로서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진실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한 증거에 속한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법원은 첫 변론기일에서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부인함에 따라, 원고가 제출한 서증에 대한 증거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차용증을 포함한 서증의 진정성립 인정 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피고는 ‘부지’로 답변하였습니다.
 
문서 인부에 있어 당사자본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경우에는 ‘성립인정’ 또는 ‘부인’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인 김00회장이 이미 사망하였고 피고는 위 차용증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서증의 성립인부에 대해 ‘부지’로 답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부지’가 아닌 ‘부인’을 하였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기 때문에(민사소송규칙 제116조) 입증책임에서 그만큼 불리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법원은 원고에게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입증하기 위해 필적과 인영에 대한 감정신청을, 피고에게는 감정에 필요한 대조문서를 각 제출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법원에 “이 사건 대여금청구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차용증은 물론 다른 서증들이 모두 사본이므로, 감정신청이 불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원고는 추후 차용증 원본을 제출할 것이니 이에 앞서 김00회장 명의의 도장이 날인된 사문서, 김00회장의 서명이 있는 확인증에 대해 감정을 신청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즉, 원고는 차용증에 날인된 인영과 사문서에 날인된 인영이 동일한 것으로 보이므로, 우선 사문서상의 인영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여 사문서의 형식적 증거력을 입증한 후 사문서상의 인영과 차용증상의 인영이 동일한지 여부에 대해 다시 감정신청하여 결국 차용증에 대한 형식적 증거력을 입증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의 이의를 받아들여 원고가 사문서에 대한 감정신청을 채택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사본인 사문서의 원본을 제출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원고는 다음 변론기일에서 위 사문서의 원본을 제출하였고, 법원은 위 원본을 확인한 후 피고 변호인에게도 원본 여부를 확인해 볼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원고가 위 사문서의 원본을 제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원본이라고 주장되는 문서가 제출되어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 원본문서와 사본인 사문서를 꼼꼼히 대조했는데, 자세히 보니 원고가 제출한 원본문서의 인영 위치와 사문서상의 인영 위치가 미세하게 다름을 확인하고 즉시 법원에 이의를 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감정신청을 불허하고 변론을 종결하였고, 이후 차용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자료가 없음을 이유로 원고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4. 사본인 서증과 관련된 판례
피고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서증들은 모두 사본이므로 부적법한 증거에 속하고, 사본은 원본을 대신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원용한 판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에 문서를 제출하거나 보낼 때에는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민사소송법 제355조 제1항),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이 아닌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특히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데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고, 반면에 사본을 원본으로서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독립한 서증이 되는 것이나, 그 대신 이에 의하여 원본이 제출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고, 이때에는 증거에 의하여 사본과 같은 원본이 존재하고 또 그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56524 판결).”, “문서의 제출 또는 송부는 원본, 정본 또는 인증등본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원본, 정본 또는 인증등본이 아니고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고, 다만 이러한 사본의 경우에도 원본의 존재와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없고 그 정확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데 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326조 제1항의 위법에 관한 책문권의 포기 혹은 상실이 있다고 하여 사본만의 제출에 의한 증거의 신청도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데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48667 판결).”, “서증사본의 신청당사자가 문서 원본을 분실하였다든가, 선의로 이를 훼손한 경우, 또는 문서제출명령에 응할 의무가 없는 제3자가 해당 문서의 원본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원본이 방대한 양의 문서인 경우 등 원본 문서의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비실제적인 상황에서는 원본의 제출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해당 서증의 신청당사자가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등이 있습니다.
 
5. 마무리하며
이 사건은 쟁점이 비교적 간단한 사건이었음에도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1년반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서증들의 내용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변론을 꼼꼼히 진행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증거로 제출된 모든 서류가 원본의 존재가 분명치 아니한 사본의 형식이었고 피고가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다툰 이상, 필적과 인영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는 것이 소송의 신속, 소송경제이념에 부합하지 않았는가라는 아쉬움이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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